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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학대 장애아동'…쉼터서도 안 받아줘 결국 집에
글쓴이 : 청소년쉼터
      조회 : 342회       작성일 : 2020-12-22 09:26  

갈 곳 없는 '학대 장애아동'…쉼터서도 안 받아줘 결국 집에

[아동학대는 강력범죄] 장애인 쉼터, 연령·성별 구분 없이 입소
"장애 심해질 수 있어"…학대피해장애아동 전담 쉼터 필요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2020-12-20 08:24 송고
                        
 
 

© News1 DB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A씨는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지적 장애아동을 원 가정 분리하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일시보호시설과 학대피해아동 쉼터에서 장애아동은 입소가 불가능하다고 거부했기 때문이다.

A씨는 학대받은 아동이라 원 가정 분리가 꼭 필요하다고 시설 관계자들을 설득한 끝에 겨우 시설을 찾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뒤였다. 학대받은 장애아동과 그의 부모는 이미 이사를 가버렸고 A씨는 더는 원가정 분리 조치를 진행할 수 없었다.

학대피해 장애아동이 원 가정 분리와 학대 트라우마 치료라는 목적을 모두 실현하려면 학대피해아동 쉼터에 입소하거나 학대피해장애인 쉼터에 가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두 선택지 모두 문제가 많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잘 받지도 않을뿐더러 사회복지사들이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이다. 학대피해장애인 쉼터 역시 자리가 많지 않고 장애인들이 연령이나 성별 구분없이 입소하기 때문에, 장애인들 간 인권침해 발생 가능성이 있다.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전담해서 돌보는 쉼터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전부터 있었으나 여전히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 가정 분리가 늦어져 재학대를 당하는 장애아동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

© News1 DB

◇원가정 분리 늦어지는 학대피해 장애아동

실제 학대피해 장애아동에 대한 쉼터 보호 요청은 절반 정도만 받아들여졌으며 이마저도 시간이 한 달 이상 걸렸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2020년 6월까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접수하고 처리한 장애아동 학대 건수는 369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학대피해아동 쉼터에 보호를 요청한 건수는 14건이었으며 이 중 절반인 7건만 받아들여졌다.

받아들여져도 신고 접수부터 보호까지 평균 48일, 최대 180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피해 장애아동은 학대를 당해도 시설이 부족해 원 가정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A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로 이뤄진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학대받은 장애아동을 받아주는 시설이 있는지 알아보지만 거의 없다"며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부모한테 학대를 받아도 부모 외에는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 News1 DB

◇학대피해장애인 쉼터 역시 부족…남녀 함께 생활

학대피해장애인 쉼터는 현재 17개가 있으며 각 쉼터 정원은 4~8명에 불과하다. 전국 17개 시도 중 경기도에는 2곳이 설치돼 있고, 전북에는 하나도 없으며 나머지 시도에는 1개씩만 설치돼 있다. 전북은 2021년에 1개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쉼터는 모두 연령 구분 없이 피해 장애아동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상당수는 성별 구분도 두지 않아 2차 인권침해가 우려된다. 남녀 구분 없이 성인과 아동이 함께 있다면, 사회복지사가 방심한 사이 성인 남성이 여아에게 폭력을 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쉼터가 장애 유형에 구분을 두지 않는 점도 지적 사항이다. 발달장애, 뇌성마비 등 장애아동의 유형에 따라 치료나 돌봄의 방식이 달라지는데도 이들을 한데 모아 돌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장애인들은 장애 유형별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유형별로 전문적인 돌봄이 가능하도록 쉼터 자체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려면 쉼터가 양적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 News1 DB

◇학대피해장애아동 전담 쉼터 필요하지만, 논의 진전 없어

학대피해아동 쉼터와 학대피해장애인 쉼터 모두 학대받은 장애아동을 돌보기에는 문제가 많아 학대피해장애아동 전담 쉼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현실화하진 않았다.

20대 국회 때 윤소하 전 의원이 전문 인력을 갖춘 학대피해장애아동 전담 쉼터를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윤 전 의원 등 국회의원 11인은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며 "학대피해 장애아동은 연령과 장애의 특성에 적합한 보호를 위해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보호시설이 필요하지만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위한 전용 보호시설이 없다"며 "비장애 아동 또는 성인인 장애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보호시설을 전전하거나 원 가정 복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법안이 발의된 2017년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장애아동이 학대를 받아도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원 가정으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피해 장애아동이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면, 장애나 트라우마가 심해질 수 있다"며 "이들을 위한 쉼터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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