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아동·청소년들이 건강한 성인기 이행을 위해 필요한 학업이나 경제적·정서적 지지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받는 곳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에게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가정에 대한 소식을 종종 접하고 있다. 가정이 해체되거나 가정폭력·학대 등으로 원(元)가정에서의 생활이 어려운 청소년은 아무런 보호막 없이 가정 밖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 실시한 ‘청소년쉼터 입소청소년 및 종사자 실태조사연구’에 따르면 가정 밖 청소년들 중 61%가 ‘부모와의 갈등’의 이유로 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1세 유지(가명)는 족구 기본기를 가르치는 유튜버로 꽤 알려져 있다. 사실 유지는 어릴 때부터 청소년쉼터를 전전해 온 가정 밖 청소년이었다. 하지만 청소년자립지원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중소기업체 취업에 성공했고 최근 LH전세임대주택에도 입주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홀로서기에 성공한 셈이다. 이제는 유튜브로 취미생활을 할 만큼 생활이 안정되어 있어 주변에서 가정 밖 청소년 자립의 희망적 모델이 되고 있다.
청소년 자립이라는 의미가 부모(보호자)로부터 경제적·심리적·사회적 독립생활을 위한 자립준비과정이 포함되는 점을 고려할 때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가정 밖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불가피하게 보호자의 역할을 대신할 필요가 있다. 가정 밖 청소년들은 성인기로의 삶을 준비하고 자립하는데 필요한 경제적 자립이나 학업·직업의 미비로 인한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고용불안 등이 심각해짐에 따라 더욱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공적영역에서의 자립지원 체계 구축은 가정으로 복귀해 생활하기 어려운 청소년이 자립에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받을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성공적 자립을 위해 단순히 물질적 지원만으로 청소년을 의존하게 만들기보다는 자립의지, 일상생활관리, 자기보호, 주거지원 등 지속가능한 자립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전국 9개 청소년자립지원관을 통해 합리적 소비·저축 지도, 일상생활 관리, 심리·정서지원, 직업 및 학업지원 등 자립 기반 마련에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청소년복지지원법에 근거해 설치·운영되는 청소년자립지원관은 쉼터를 떠난 19~24세의 청소년에 대한 지속적인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자립지원관 입소청소년들을 위해 월 30만원 자립지원수당 지급 및 LH공공임대주택 공급도 포함되었다. 유지가 자신의 집을 마련해 명실상부한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된 이유다.
이렇듯 공적 영역을 통해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한 청소년들이 자립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받고 있지만 그들이 온전히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부모의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가정에서 나와 생존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단단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사회의 편견 없는 시선과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